“코 안에서 생긴 암이 있다고요?”
많은 분들이 ‘부비동암’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이렇게 반응합니다.
그만큼 드물고 생소한 질병이지만,
한 번 발생하면 주변 조직으로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특히 어려운 암 중 하나입니다.
부비동암은 코 주변 뼈 속의 빈 공간인 부비동에 생기는 악성 종양입니다.
부비동은 공기로 채워진 작은 공간이지만,
눈, 뇌, 얼굴신경, 치아, 구강과 밀접하게 붙어 있어
이 부위에 암이 생기면 다양한 신체 부위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1️⃣ 부비동의 위치부터 이해하기
부비동은 우리 얼굴 뼈 속에 존재하는 공기 주머니입니다.
이 공간은 네 쌍(총 8개)으로 되어 있으며, 각각의 위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상악동(Maxillary sinus) : 양쪽 볼뼈 안쪽, 코 옆 뺨 부분
- 사골동(Ethmoid sinus) : 눈과 코 사이, 눈물샘 부근
- 전두동(Frontal sinus) : 이마 뼈 안쪽
- 접형동(Sphenoid sinus) : 머리 중심부, 코의 가장 안쪽 깊은 곳
이 네 부위 중 부비동암은 대부분 상악동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전체 부비동암 환자의 약 60~70%가 상악동에서 발생합니다.
2️⃣ 부비동암의 발생 원인
부비동암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 직업적 요인
목재 가공, 가죽 가공, 금속 연마, 석재 가공, 니켈·크롬 등
미세 분진을 다루는 직종에서 부비동암의 발병률이 높습니다.
특히 목재 분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들(가구 제조업 종사자)에게서
상악동암 발생이 두드러집니다.
(2) 만성 염증과 부비동염
장기간 반복되는 만성 부비동염(축농증) 역시
점막의 지속적 자극과 변형을 일으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3) 흡연 및 환경 오염
담배 연기 속에는 강력한 발암 물질(벤조피렌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공해, 먼지, 흄(fume) 등 화학적 자극 물질이 코 점막에 오랫동안 닿으면
세포가 변성되어 암세포로 변할 위험이 커집니다.
(4)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
일부 연구에서는 구강암처럼,
HPV 바이러스 감염이 부비동암 발생에도 관여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3️⃣ 부비동암의 초기 증상
부비동암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감기나 축농증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통증이나 외형적 변화가 나타나죠.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한쪽 코막힘 — 감기와 달리 한쪽만 오래 막히는 경우
- 코피나 피 섞인 콧물 —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의심해야 함
- 안면 통증 — 특히 뺨, 치아, 눈 주위가 아픈 경우
- 코 안의 이물감 또는 덩어리 — 코 안쪽이 붓거나 덩어리가 만져짐
- 후각 저하 — 냄새를 잘 못 맡게 됨
- 안구 증상 — 눈이 튀어나오거나 시야가 흐려짐
- 얼굴 비대칭 또는 부기 — 한쪽 볼이 불룩하거나 부어오름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축농증과 비슷해,
단순 코질환으로 오인하고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2~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한쪽만 반복될 경우,
정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4️⃣ 부비동암의 종류
부비동암은 조직학적으로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즉, 암세포가 어떤 조직에서 기원했는가에 따라 나뉘는데,
가장 흔한 것은 편평상피세포암입니다.
주요 유형별 특징
- 편평상피세포암 : 전체의 약 70~80% 차지, 상피세포에서 발생
- 선암(Adenocarcinoma) : 점액샘 조직에서 생기며, 목재 분진 노출과 관련
- 점액표피양암(Mucoepidermoid carcinoma) : 점액과 상피세포가 혼합된 형태
- 임파종(Lymphoma) : 림프계 조직에서 기원, 코 안쪽까지 퍼질 수 있음
- 흑색종(Melanoma) : 멜라닌 색소세포에서 발생, 매우 공격적임
부비동암은 대부분 상악동이나 사골동에서 시작되며,
서서히 뼈와 연조직, 안구, 구강, 두개저(머리뼈 하단) 등으로 확산됩니다.
5️⃣ 진단 방법
부비동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단도 까다로운 암입니다.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요 진단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강 내시경 검사
→ 코 안쪽 깊은 부비동 내부를 직접 관찰하여 종양 여부 확인
CT(컴퓨터단층촬영)
→ 종양의 위치, 크기, 뼈 침범 여부 확인
MRI(자기공명영상)
→ 눈, 뇌 등 연조직 침범 정도 평가
조직 생검(Biopsy)
→ 종양 일부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암세포 확인
PET-CT
→ 암의 전신 전이 여부(폐, 간, 뇌 등)를 확인
이러한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병기를 결정합니다.

6️⃣ 부비동암의 병기
일반적으로 부비동암의 병기는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 1기 (초기) : 종양이 부비동 내부에 국한되어 있음
- 2기 : 주변 뼈를 침범하지만 코 밖으로는 나오지 않음
- 3기 : 안와(눈), 구강, 피부 등으로 퍼짐
- 4기 (진행기) : 두개저나 뇌, 림프절, 폐 등으로 전이됨
부비동암은 얼굴 중앙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한 번 퍼지면 수술이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7️⃣ 치료 방법
부비동암의 치료는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의 3가지가 주축입니다.
암의 위치와 크기, 병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계획이 달라집니다.
(1) 수술적 치료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부비동은 눈, 뇌, 코, 입과 가까워 수술이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안면의 일부를 절제하는 큰 수술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내시경 부비동 수술(Endoscopic surgery)이 발전하면서
외부 흉터 없이도 암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에는 안와나 코, 입천장에 인공 보형물을 삽입하기도 하며,
얼굴의 형태와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2) 방사선 치료
수술 후 남아 있을 수 있는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암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시행합니다.
특히 뇌나 눈에 가까운 부위는 정밀 방사선 치료(IMRT)를 사용해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합니다.
(3) 항암 치료
진행성 부비동암에서는 항암제가 병행됩니다.
대표적으로 시스플라틴(Cisplatin)과 5-FU(플루오로우라실) 계열 약물이 사용됩니다.
수술 전 암 크기를 줄이거나, 수술 후 재발 방지 목적 등으로 병용합니다.
8️⃣ 예후와 생존율
부비동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발견 시 이미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 1기 환자의 5년 생존율 : 약 70~80%
- 2기 : 약 50~60%
- 3기 이상 : 30% 이하로 급격히 감소
암의 위치가 눈, 뇌, 구강 등과 가까워
재발하거나 합병증이 생기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비강·부비동 검사와 조기 진단이 생명을 살리는 열쇠입니다.
9️⃣ 예방 및 관리 방법
부비동암은 드문 암이지만, 예방할 수 있는 요소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1) 분진·화학물질 노출 피하기
목재, 가죽, 금속, 석재 가공업 종사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환기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작업 후에는 비강 세척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2) 흡연 중단
흡연은 부비동뿐 아니라 비강, 인두, 폐 등
호흡기 전체 암 발생률을 높입니다.
(3) 만성 부비동염 치료
장기간 코막힘, 누런 콧물, 얼굴통증이 지속된다면
그냥 두지 말고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만성 염증은 점막 변성을 일으켜 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4) 코 부위 외상 후 관찰
얼굴 외상이나 코 수술 후 코가 비대칭으로 붓거나 통증이 지속되면
영상검사를 통해 부비동 손상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5) 정기 검진
40세 이후, 특히 산업 현장 종사자는
1년에 한 번 코·부비동 내시경 검사를 권장합니다.
10️⃣ 부비동암과 삶의 질
부비동암은 얼굴 중앙부에 위치한 암이라
치료 과정에서 외형적·기능적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코나 안와 구조가 변형되거나, 후각·시각이 일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건(복원)수술 기술이 발달하여
외모 변화는 최소화되고, 일상 복귀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또한 정밀 방사선치료,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법이 꾸준히 연구·도입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추적 관리입니다.
치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MRI·CT 촬영을 통해
재발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11️⃣ 마무리 — “조용히 자라나는 암, 그러나 관리로 막을 수 있다”
부비동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서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사소한 코 증상도 무시하지 않는 것이 예방의 시작입니다.
한쪽 코만 오래 막히거나, 코피가 자주 나고,
한쪽 뺨이나 눈 주변이 이유 없이 아프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냥 감기겠지”라고 넘기는 순간,
암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조용히 자라납니다.
하지만 다행히,
요즘은 내시경 수술, 방사선 기술, 면역치료가 발전하면서
부비동암도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 되고 있습니다.
코는 단순히 숨쉬는 기관이 아니라,
목소리, 후각, 얼굴의 균형을 지탱하는 정교한 장기입니다.
그 속의 부비동이 건강해야 진짜 ‘숨쉬는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