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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교란종에서 식탁의 나물로, 가시상추의 변신

건강마니 2025. 10. 21. 10:54

1. 잡초라 불리던 식물, 식탁 위에 오르다

한때 잡초로 취급받던 가시상추가 요즘엔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어 관리 대상이었던 이 식물이, 최근엔 건강식 나물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쓴맛이 오히려 입맛을 돋운다”, “봄철 나물로 별미”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연 속 들나물 문화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엔 제거 대상이었던 식물이 이제는 봄철 채집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죠.

생태계 교란종에서 식탁의 나물로, 가시상추의 변신

2. 가시상추란 어떤 식물일까?

가시상추는 국화과 상추속 식물로, 이름 그대로 잎의 뒤쪽 중앙맥을 따라 작은 가시가 돋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유럽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이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된 귀화식물입니다. 처음엔 외래 잡초로 분류되었고,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어 관리 대상이 되었습니다.

 

 

 

 

 

 

 


줄기는 1미터 가까이 곧게 자라며, 여름이면 연한 노란색의 꽃을 피웁니다. 잎을 꺾으면 상추처럼 흰 유액이 나오는데, 이 유액에는 쓴맛 성분이 들어 있어 일반 상추보다 향이 강합니다. 이러한 특유의 쓴맛이 오히려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들상추” 또는 “야생상추”로 불리며 식용으로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3. 왜 교란종이 되었을까?

가시상추는 생명력이 매우 강한 식물입니다. 도로변이나 공터, 밭둑 등 척박한 곳에서도 쉽게 자라고, 한 포기에서 수천 개의 씨앗을 만들어 바람을 타고 퍼집니다.


이 때문에 농작물 주변에서 잡초로 자라 다른 식물의 생육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밭이나 과수원 주변에서는 농작물의 성장에 지장을 주기도 했고, 관리 비용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제거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가시상추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확산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런 강한 생명력이 최근에는 ‘자연산 건강식물’이라는 이미지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4. 먹을 수 있는 상추?

가시상추는 상추속 식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식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성숙한 잎은 가시가 단단하고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보통 어린순을 채취해 먹습니다.


어린 가시상추는 데쳐서 쌈이나 겉절이로 무치면 아삭하고 향긋한 맛을 냅니다. 살짝 쓴맛이 남는데, 이것이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살짝 데쳐 참기름과 된장으로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 끓이면 씁쓸한 향이 국물에 퍼져 독특한 풍미를 냅니다.
가시상추의 쓴맛은 식물 속 유액 성분인 락투카리움(Lactucarium) 때문입니다. 이 성분은 일종의 천연 알칼로이드로, 과거엔 진정이나 불면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민간요법에도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현대 의학적으로는 효능이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며, 과량 섭취 시 졸림이나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5. 식용으로 떠오른 배경

최근 가시상추가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건강과 자연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야생 채소’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화학 비료나 농약 없이 자라는 자연산 식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시상추도 ‘자연의 선물’로 여겨지게 된 것입니다.


둘째, 로컬 푸드 운동과 포링(Foraging, 야생 채집) 문화의 확산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직접 들에서 나물을 채집해 조리하는 것이 ‘힐링 취미’로 자리 잡으면서, 가시상추를 포함한 야생 채소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셋째, 몇몇 온라인 매체와 영상 콘텐츠에서 “교란종도 먹으면 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봄철에 가시상추를 채취해 먹는 것이 확산 방제의 한 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6. 조리 시 주의할 점

가시상추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지만,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합니다.

 

잎의 가시 제거
어린 잎이라도 잎 뒷면의 주맥에 가시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조리 전 칼로 살짝 긁어내거나, 데친 뒤 껍질처럼 벗겨내면 식감이 부드러워집니다.

 

쓴맛 완화하기
끓는 물에 1분 정도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구면 쓴맛이 줄어듭니다.

 

오염 지역 채집 금지
도로변이나 공장 주변의 식물은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청정 지역의 개체만 채취해야 합니다.

 

씨앗 확산 주의
가시상추는 씨앗이 바람을 타고 쉽게 퍼지기 때문에, 꽃이 피기 전 단계의 어린순만 채취하고 남은 줄기는 비닐에 밀봉해 폐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다 섭취 금지
쓴맛 성분이 간과 신경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재배는 여전히 금지

가시상추는 여전히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이 씨앗을 채취해 재배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야생에서 채집해 가정에서 조리·섭취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재배를 목적으로 키우는 것은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가시상추를 즐기고 싶다면 자연 채집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며, 다른 지역으로 씨앗이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7.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 식물

가시상추를 단순히 ‘잡초’로만 보는 시각은 이제 바뀌고 있습니다. 강한 생명력과 환경 적응력은 생태학적으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며, 동시에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식재료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거엔 밭에서 뽑아내야 할 골칫거리였지만, 지금은 봄철 들에서 채취해 겉절이로 무쳐 먹는 별미가 되었습니다. 생태계 관리 차원에서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지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먹으며 줄이는 방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8. 결론 — 자연이 준 또 하나의 선물

가시상추는 외래 식물이지만,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들나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물론 무분별한 재배와 확산은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시상추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적절히 활용한다면,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식문화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잡초라 불리던 식물이 건강식으로 변신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가시상추의 이야기는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버려지는 식물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채집해 감사히 먹는 ‘지속 가능한 자연의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그것이 가시상추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진짜 이유입니다.